[사설] 이재명 당선, 민생·정의 되살려 ‘모두의 대통령’ 돼라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6-05
- 조회1회
- 이름행복인
본문
2000년대 들어 가장 높은 79.4%의 투표율부터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 어떤 열망을 담았는지 보여준다. 신임 대통령에게 강력한 대표성을 부여하며 국난을 극복할 권위와 힘을 실은 것이다. 지역·세대·성별을 불문하고 이 당선인에게 고른 지지를 보낸 것도 그렇게 볼 수 있다. 이 당선인은 좌고우면하지 말고 민주공화국을 바로 세우고, 민생 회복과 국민 통합을 이룰 새 역사의 장정을 시작해야 한다.
이번 대선은 애당초 윤석열 정권이 일으킨 내란과 실정을 심판하는 선거였다. 민주주의를 훼손한 정치 세력에 합당한 정치적 ‘평결’이 정권교체로 귀착된 것이다. 이 당선인의 고르고 높은 득표에서 심판 민심이 대세인 걸 확인하게 된다. 4일 오전 1시 현재 개표 결과, 이 당선인은 대구·경북에서만 김 후보에 크게 뒤졌을 뿐 수도권·충청권에선 과반을 득표하며 격차를 벌렸다. 출구조사를 보면 남성·여성 모두와 20대부터 50대까지 이 당선인을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윤석열 세력은 사리사욕으로 헌정질서를 짓밟았지만, 국가 수호자로서 주권자의 책무를 잊지 않은 국민은 표심으로 민의를 배반한 권력을 뒤엎었다.
새 정부는 위헌적 비상계엄을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의 헌신과 용기에 답해야 한다. 제대로 된 내란 단죄와 잔재 청산 없이 국민 통합은 이뤄낼 수 없다. 국가를 위기에 빠트린 죄를 적당히 덮는 것은 통합일 수 없다. 오히려 후대에 불온한 망동의 불씨만 남기게 된다. 이미 내란범의 사법처리 과정에서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같은 일을 목도한 바 있다. 내란 세력이 움틀 수 있었던 국가·사회의 낡고 썩은 환부를 수술하지 않고선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이 당선인은 국가·사회 대개혁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나라 안팎에서 켜진 0%대 성장률 경고음은 삶의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안 그래도 저성장 고착화, 양극화, 성장동력 상실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감세만 남발해 성장도 재정건전성도 모두 망가트렸다. 한국이 다시 활기찬 경제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염려가 크다. 이 당선인이 실용주의를 표방하며 ‘경제·민생’을 대통령의 첫 업무로 삼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대대적 추경으로 민생에 온기가 돌게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과도하게 이뤄진 감세를 회복하고 목적세 도입 등을 통해 복지를 확충해나가기 바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외교·안보 불안은 발등의 불이다. 미·중 패권 경쟁과 국제질서의 격변으로 한반도 상황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다. 이런데도 미국은 ‘관세전쟁’과 ‘안보비용’ 청구를 넘어 미·중 사이 선택을 압박하며 동맹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북·미 간 수교 협상 과정에서 당사자인 한국이 패싱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새 정부는 오로지 국익의 관점에서 외교·안보의 방향을 정교하게 설정하고, 치밀하고도 단호한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동시에 이재명 정부는 탄핵 광장을 함께했던 목소리들이 단 하나도 소외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사회적 약자 보호, 노동권 강화 같은 ‘개혁 연합’ 의제들을 정책으로 수용하고 추진해야 한다. 광장에서 가장 열정적인 목소리를 냈음에도 대선에선 소외됐던 성평등 과제 실현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검찰 등 권력기관 개혁도 중차대한 과제다. 윤석열 정부에서 만신창이가 된 방송통신위원회·국가인권위원회 등을 정상화하는 것도 시급하다.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이런 과제들의 바탕에 정치 변화가 필수적임은 물론이다. 윤석열 정부처럼 국민을 갈라치는 통치로는 무엇 하나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 “분열 정치를 끝내겠다”는 이 당선인 다짐대로 새로운 협치의 토대를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정파를 초월해 인재를 널리 찾아 쓰는 탕평 인사도 그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정치·사회적 대변화를 위해 38년 묵은 헌법의 개정도 필연적이다. 이 당선인은 공약대로 개헌의 시간표를 제시하고 국민들 뜻을 모아 차근차근 추진하길 바란다. 국가적 난제는 산적한데 이재명 정부는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발해야 한다. 이 당선인은 정책의 큰 방향과 세부 내용을 속도감 있게 마련하고, 국민과 소통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 당선인의 임기 5년은 대한민국이 다시 비상하느냐 아니냐의 갈림길이 될 것이다. 지금 닥친 복합위기는 타성에 젖은 정치로는 결코 극복할 수 없다. 이 당선인은 절체절명의 위기감과 사명감을 갖고 전에 없는 창의력과 담대한 접근으로 반드시 새 시대의 문을 열길 바란다. 국민 통합과 국가 융성의 간절한 바람이 ‘대표 시민’ 이 당선인의 양 어깨에 짊어지워져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