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후 떠들썩했던 우리 동네, 오늘은 민주주의로 물들인다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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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불법계엄 이후 집회가 잦았던 헌법재판소와 한남동 관저 인근 주민들은 고성과 욕설로 고통받았던 지난 4개월을 떠올렸다. 아내와 함께 유아차를 끌고 나온 한남동 주민 김모씨(37)는 “몇 달간 자정 넘어서까지 소음이 들리고 하니까 너무 힘들었다”며 “어린아이가 두 명 있다 보니 욕설을 듣기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거꾸로 가는 느낌인데 우리 애들 자랄 세상엔 이런 일은 더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남동 주민 이소정씨(31)도 “대통령 때문에 아침 출퇴근이 힘들었고 특히 극우 집회가 너무 과격해져서 무섭기도 했다”며 “드디어 투표할 수 있어서 너무 감격스럽고 기쁘다”고 말했다.
임지우씨(32)의 첫째 딸은 헌법재판소 앞 초등학교에 다닌다. 헌재의 탄핵 심판이 시작된 후 윤석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헌재 앞에 매일 모여 “stop the steal(스탑더스틸·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구호)” “탄핵 기각” 등을 외쳤다. 이날 4살, 7살 딸들과 손잡고 헌재 인근 투표소를 찾은 임씨는 “아이가 시위에서 들은 비속어를 따라 하거나 제게 ‘무슨 뜻이냐’ 물어보더라”며 “그럴 때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투표할까 말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아이들에게 나아지는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서 투표하러 왔다”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실 인근 투표소에서 만난 주민들은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해 불편함을 많이 감수하고 살았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이태원동 주민 박미라씨(44)는 “여기도 집회가 많아 시끄럽기도 했고 대통령 경호도 있어 동네 자체의 분위기가 삼엄해졌다”며 “그래도 탄핵 이후엔 원래의 자유롭고 한산한 동네 분위기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후보들의 공약이 허황하진 않은지를 살펴 투표했다.
이태원동 토박이인 70대 시어머니·20대 아들과 함께 온 오모씨(54)도 “대통령실 이전으로 차량이 많이 늘기도 했고 국방부 인근에 펜스나 건축물이 여럿 생기면서 답답해진 느낌이 있다”고 했다. 오씨는 정책을 두루 살폈고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을 뽑았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여전히 동네가 소란스러운 곳도 있다. 아크로비스타 인근 주민들은 “동네가 어서 조용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투표에 참여했다고 했다. 아크로비스타 주민인 박모씨(60)는 “아무래도 전 대통령이 사니까 집 주변에서 소음이나 과격한 말들이 들려서 불편하다”며 “대선 끝나고 빨리 동네가 조용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의를 실현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 지팡이를 짚고 온 백발의 할머니 김동오씨(100)는 “자식들이 어떻게 가느냐고 말려도 나왔다”며 “노인정에도 나가는데 여길 왜 못 오겠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 투표했다”고 말했다.
이날 아크로비스타 인근 투표소에선 김문수 대선후보 지지자들과 투표소 직원들간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빨간 옷과 모자를 쓴 여성 1명과 남성 2명이 원명초등학교 투표소 앞에 ‘대통령 김문수’라고 적힌 풍선을 두려하자 현장에 있던 투표 사무원이 “풍선을 들고 오면 안 된다”고 제지했다. 이들은 “우리가 못 들고 올 거 갖고 왔냐”며 항의했다.
투표 사무원은 “투표소로부터 100m 안에 특정 후보자 지지하는 내용의 물건을 가지고 오면 안 돼서 조치하겠다고 했더니 강하게 반발해서 일단은 돌려보냈다”며 “인적사항을 대조한 후에 조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전 9시45분쯤 원명초에서 투표했다. 윤 전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미리 와 있던 일부 지지자들은 “힘내주세요”라고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