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일기'···빌딩숲 사이에서 누리는 녹색 일상
작성자행복인
- 등록일 25-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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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 가족은 아이가 걷기 시작할 무렵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바깥출입을 거의 할 수 없었다. 사회적(물리적) 거리두기가 다소 완화되면서 주말마다 키즈카페를 다녔지만 이내 지겨워졌다. 비용도 부담이 됐다.
A씨는 “정원이라는 개념을 처음 알게 된 건 월드컵공원 정원박람회를 찾았을 때”라고 했다. A씨 가족은 지난해 광진구 뚝섬한강공원에서 열린 서울국제정원박람회도 다녀왔다.
그는 “평일에는 쫓기듯 일하며 살기 때문에 꽃이며, 나무며 볼 겨를이 없지만 주말에는 최대한 자연과 가깝게 지내려 노력한다”며 “잔디밭에서 뛰어놀고, 다양한 꽃과 나무를 관찰하는 게 더 건강하게 노는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동창들과 함께 보라매공원에 온 B씨(58·광진구)는 “꽃을 정말 좋아한다”며 “지난해 우리 동네에서도 정원박람회를 크게 했는데 그때 너무 감동을 받아서 보라매공원도 와봤다”고 말했다. 친구 C씨(58·동작구)는 “공원 안에다 작품을 만들어놨다”며 말을 덧붙였다.
서울시는 2023년 5월 ‘정원도시 서울 프로젝트’를 공식 발표한 이후 서울 곳곳에 크고 작은 정원을 조성 중이다. ‘서울국제정원박람회’라는 거창한 이름으로 꾸민 크고 화려한 정원에서부터 마을 공터에 만들어놓은 작은 꽃밭까지 모든 공간이 다양한 형태의 정원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서울시가 정원 조성 프로젝트에 힘을 싣는 이유는 시민들이 서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녹지공간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서다.
서울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녹지공간이 많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27일 스웨덴 허스크바나 그룹(Husqvarna Group)의 녹지공간 비교 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도시녹지율(Urban Greenery)’은 31%로, 런던(41%), 싱가포르(34%)보다는 낮지만 뉴욕(23%), 도쿄(20%), 파리(21%), 암스테르담(30%) 등보다 높다.
하지만 시민 1명이 누릴 수 있는 녹지면적은 전 세계 주요 도시와 비교했을 때 넓지 않다. 서울시민 1인당 녹지면적은 18.9㎡에 불과하다. 서울보다 도시녹지율이 낮은 뉴욕, 도쿄, 암스테르담보다도 작다. 암스테르담 시민 1명이 누리는 녹지면적은 69.7㎡에 달한다.
서울시민이 누릴 수 있는 녹지면적이 작은 이유는 높은 인구밀도 탓이다. 서울의 녹지 중 대부분이 산이라는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나무숲보다 더 빽빽하고 높은 ‘빌딩숲’에 사는 시민들에게 녹지를 돌려주는 방법 중 하나가 ‘정원’인 셈이다.
시는 지난해부터 서울 전역에 다양한 형태의 정원 조성 작업을 추진 중이다. 2026년까지 3년간 서울 전역에 1007개(총면적 131만㎡)의 정원을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목표치는 올해 안에 조기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이미 연간 목표치(335개)를 훌쩍 넘어선 536개(42만㎡)의 정원이 들어섰다. 이달 안에 254개(13만㎡)가 추가로 완성되는 데다 연말까지 246개(76만㎡) 설치가 예정돼 있다. 이 속도라면 연내 총 1036개(131만㎡)의 정원이 개장해 당초 목표를 조기에 초과 달성하게 된다.
시는 올해 목표에 일찍 도달하더라도 정원 조성을 계속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수연 서울시 정원도시국장은 “외사산(아차산·관악산·삼성산·북한산)이 둘러싼 서울의 모습이 본래 정원이었듯 서울 구석구석 정원이 되게끔 만들어 시민은 정원 안에서 행복한 일상을, 서울을 찾는 방문객은 도시의 매력을 오롯이 경험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를 차근차근 실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